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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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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얼마전에 화장실에서 선홍빛 혈변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놀랐습니다. 3일간 계속되는데  아랫배가  좀 아프면서  직장 쪽이
 
꺼림직하게 불편했습니다. 그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하고

평소 속쓰림 증상이 있었기에 위염내지 위궤양으로 인한 소량의 출혈이라

생각하고, 곧 멈추겠지하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죠.


사실 의사들이 의외로 자신의 건강을 잘 못챙긴답니다.

얼마전 시골의사 박경철 선생님께서  복부통증을 위염 정도라 생각하시고
 
별다른 조치를 안하시다가 나중에 악화되면서..고생하셨던 에피소드
 
(관련글 보기) 가 있었습니다.

굉장히 드라마틱하면서도 재미있는 글인데 한번 읽어보세요.


그 글을 읽고 난뒤 저도 문득 무서운 생각이 엄습하는 것입니다.

혈변을 일으키는 위궤양이나 위암. 대장 용종 이나 게실염, 치질, 등 이

떠오르면서 굉장히 걱정 되는겁니다. 평소 건강에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의사인 제 몸이지만 짐작도 안가고 걱정이 커져만 갔죠.


저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어서 시간을 내어 진료 받을 시간이 도저히 없었습니다.

어렵게 마음을 먹고  원장님께 양해를 구해, 항문 외과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여러 항문병원들에 진료시간이나 예약을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전화를 했더니

아니 이게 왠걸?? 너무 불친절한 병원이 많은 겁니다.

3군데 전화했었는데 전화받는 직원은  마치 누구랑  싸우고 나온듯,

아니면 원장님께 심히 꾸지람 맞은듯, 또는 집안에 큰 우환이라도 있는듯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귀찮고 짜증난다는듯이 건성건성으로 대꾸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부산에 거주합니다. 경상도 사람들이 투박하다 해도
 
요즘은 의료 서비스라는 개념으로 많이 친절하고 좋아져서 이런 병원이

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제 느낌은 " 너 오고싶으면 오고 안오는게

내가 더 편하니 안왔으면 좋겠다." 였습니다.

정말 기분이 상해서 안가고 싶더군요.

결국 번화가에 있는 아무 병원으로 그냥 갔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아침에 첫 환자로 가서 대기했습니다.

생각보다 긴장되고 기다리는 시간이 더디었습니다.

환자의 마음이 이렇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더군요.

예전부터 저는 조금 아플때에도 일부러 다른 병원에 가서 진료를 봅니다.

대부분 의사라고 먼저 얘기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환자의 입장이 되어 병원을 이용하는 것을 느껴보고 싶어서죠. 

그러면서 제 자신의 진료 모습을 돌아보게 되고,

병원 경영하는 모습도 살펴본답니다.  



의사 선생님께 제 증상을 설명하고, 항문경 검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예상했던 바 대로,  참을만 했지만 역시 고통스러웠습니다.

다행히(?) 치질이 생겨서 그런 거라고 했습니다.

치질을 생각해 봤었지만 겉으로 튀어나오는 게 없어서

제가 다른 병일까 걱정을 했었죠.



이번일을 겪으면서, 사실 별일은 아니었지만,  의사로서 좋은 경험을

한거 같아 좋았습니다. 어느 목사님의 말씀이 기억나네요.

살면서 겪게 되는 고난의 결과 받는 선물이 있습니다.

바로 고통을 겪은 이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연인과의 가슴 아픈 이별, 사랑하는 가족의 이별, 병이 나서 받는 고통,
 
시험에 떨어져서 느끼는 상심, 취업이 안되서 겪은 불안,

사업에 실패해서 좌절하는 등의 숱한 고통을 겪을 때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것이 힘들고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가 의아해하죠.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경험해 본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자신도 아파봤기 때문에 쓰리고 상처 받은 마음을 안아줄 수 있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게 됩니다.

고통 분담의 감정이 생기는 것이죠.  

이런 측은지심 이야 말로 혼자로서는 한없이 부족하고 연약하지만
 
더불어 삶으로서  채워지고 치유받는 축복이 아닌가 합니다.

앞으로 환자를 위한 의사로서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서

아픔을 더 잘 감싸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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